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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1호 한동대 교섭, 하청 노동자 권리 보장될까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시행된 이후, 원청 기업과 하청 노동자 간의 실질적인 대화를 위한 첫 번째 이정표가 세워졌다. 지난 9일, 한동대학교와 민주노점 공공운수노조 한동대학교미화분회는 양측의 상견례를 가졌다. 이번 만남은 단순히 개별 사업장의 협상을 넘어, 개정된 노동법이 현장에서 작동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교섭의 핵심은 ‘사용자성’의 확대에 있다. 그동안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근로 조건에 실질적인 결정권을 쥐고 있는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 교섭을 요구해 왔으나, 법적으로 원청은 직접적인 고용 계약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 의무를 회피해 왔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의 시행은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로 인정함으로써, 이와 같은 법적 공백을 메우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동대학교의 이번 상견례는 이러한 법적 변화가 실제 현장에서 구체적인 교섭 테이블로 구현된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동대학교의 이번 행보는 법적 절차 측면에서도 매우 주목할 만한 특징을 보인다. 한동대학교 미화분회는 지난달 12일, 한동대학교 측에 교섭을 요구하는 공고를 냈다. 이후 학교 측은 지난달 20일 해당 공고를 확정 지으며 교섭 요구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동대학교가 별도의 노동위원회 판단이나 법적 분쟁을 거쳐 사용자성을 강제적으로 인정받기 전에, 스스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수용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이는 법 개정 이후 원청 기업이 갈등을 장기화하기보다는 실질적인 대화의 주체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선제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최근 노동위원회의 일관된 결정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학교법인 인덕학원(인덕대학교)과 성공회대학교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는 하청 노동자의 노동 환경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이라면,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교섭 의무를 져야 한다는 법적 근거를 더욱 공고히 한 조치다. 이러한 법적 판례들이 쌓이면서, 원청 기업들이 더 이상 하청 구조 뒤에 숨어 교섭 의무를 부정하기 어려워지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한동대학교의 사례는 서울 및 수도권 내 다른 교육 기관에도 거대한 파급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 지역 내에서만 약 15개의 대학이 하청 노동자 측의 교섭 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대학이라는 조직은 대규모 시설 관리, 청소, 경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용역 및 간접고용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한동대학교의 상견례 결과와 이후 진행될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서울 지역 대학들의 향후 대응 방식, 즉 교섭에 응할 것인지 아니면 법적 분쟁을 지속할 것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지역 사회와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결코 적지 않다. 의정부와 경기 북부 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전역에는 수많은 용역, 청소, 경비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역 경제의 중요한 일원으로 종사하고 있다. 만약 한동대학교의 사례처럼 원청이 실질적인 사용자로 인정되어 책임 있는 자세로 교seb에 임하는 선례가 확산된다면, 이는 지역 내 노동 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노동 조건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노사 간의 직접적인 대화 채널이 구축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노사 신뢰를 구축하는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영계의 우려도 존재한다. 원청의 사용자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교섭 비용의 증가와 노사 갈등의 복잡화에 대한 부담은 무시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이번 한동대학교의 사례는 법적 분쟁을 통한 강제적 해결보다는 상견례라는 대화의 시작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갈등 관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시민들 역시 이번 교섭이 단순한 노사 간의 이해관돌다를 넘어, 법이 지향하는 ‘노동권 보장’이라는 가치가 실제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향후 이어질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서 원청과 하청 노조가 어떤 합의점을 찾아낼지가 향후 대한민국 노동 환경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김미래 기자 | 의정부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