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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 날 하늘로 밀어 올렸다”… 20년차 택시기사의 2주째 고공농성

출처: MBCNEWS
출처: MBCNEWS

인천 남동구의 한 도심, 20m 높이의 통신탑 위에서 한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2026년 3월 29일부터 시작되어 약 2주가 경과한 시점(4월 12일 기준)에 진행 중이다.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택시 운전대를 잡으며 시민의 발이 되어왔던 고영기 씨는 이제 도로 위가 아닌, 모두가 우러러봐야 할 높은 통신탑 위에 홀로 서서 자신의 절규를 사회에 던지고 있다. 그의 고공농성은 단순히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차원을 넘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계의 분노와 무너진 신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 씨의 농성이 이토록 극단적인 형태로 치닫게 된 배경에는 지난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의결된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택시 노동자들의 가장 큰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택시월급제’의 시행 시기를 현행 계획보다 2년 더 늦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유예를 경험하며 제도적 안착을 기다려온 노동자들에게, 이번 2년 추가 유예 결정은 사실상 ‘기다림의 끝’이 아닌 ‘희망의 상실’로 다가왔다. 현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담보로 한 행정 편의주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리며 강력한 반발이 일고 있다.

고 씨는 농성 중 자신의 심경을 전하며 “7년째 잠자는 법… 국회의원이 날 하늘로 밀어 넣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짧은 문장에는 지난 7년간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노동자들의 피로감과, 국회라는 입법 기관이 오히려 자신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배신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20년 경력의 숙련된 기사가 20m 높이의 통신탑에 올라가야만 했던 이유는, 평범한 대화와 협상으로는 더 이상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자신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입법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인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배제되어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노동계 내부의 갈등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이유는, 택시 노동 환경의 불안정이 곧 시민들의 ‘이동권’ 및 ‘교통 복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의정부와 경기 북부 지역의 대중교통 인프라 취약성은 사실이나, 정부와 지자체의 광역버스 확충, 철도 증량(경의선 8칸 확대), 교외선 재개통, 똑버스(DRT) 도입 등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택시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짐. 택시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제도적 안정은 서비스의 질을 결정짓는 근간이다. 만약 월급제 시행 유예로 인해 노동 환경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숙련된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거나 운행 공급 체계에 균열이 생긴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는 곧 배차 시간의 지연, 서비스 질의 저하, 그리고 교통 사각지대 발생이라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결국, 이번 택시발전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은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가치와 정책적 ‘실행 유예’라는 행정적 논리가 충돌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정책의 효율성이나 예산 문제를 이유로 도입을 늦추는 결정이, 현장 노동자들에게는 생계의 위협이자 사회적 신뢰의 붕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향후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갈등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유예안이 통과된다면, 고 씨의 고공농성과 같은 극한의 투쟁은 또 다른 형태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사회적 관심은 국회의 결단과 정부의 대응으로 향해 있다.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 서비스의 안정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20m 높이의 통신탑 위에서 계속되는 고 씨의 외침은, 우리 사회가 정책을 결정할 때 얼마나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는지를 묻는 뼈아픈 질문이 되고 있다. 갈등의 종결은 단순히 농성의 종료가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교통 생태계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김미래 기자 | 의정부포스트

참고: 정부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