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6년 4월 9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격앙된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번 기자회견은 단순히 특정 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넘어, 우리 사회가 범죄와 처벌, 그리고 청소년의 성장을 어떠한 가치관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날 현장에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포함해 세이브더칠드런, 아동인권포럼 등 총 15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조정(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1세 낮추는 방안)에 대해 강력한 철회를 요구했다. 단체 측은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현행 제도의 유지와 함께, 처벌 강화가 아닌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15개 단체,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반대 기자회견 배경
이번 논쟁의 배경에는 최근 소년 범죄가 점차 흉포화되고 저연령화되고 있다는 사회적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와 찬성 측 전문가들은 소년 범죄의 질적 악화를 근거로, 법적 허점을 이용하는 ‘제도 악용 소년’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연령 하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촉법소년이란 형벌 법령을 위반했더라도 교화 가능성을 고려하여 형사 처벌 대신 수강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받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의미하는데, 이 연령 기준을 13세로 낮추려는 움직임이 이번 갈등의 핵심이다.
응보적 정의 vs 교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찬반 핵심 쟁점
하지만 15개 단체는 이번 사안을 ‘응보적 정의’와 ‘청소년 발목 잡기’라는 대립 구도로 해석하며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단체 측은 형벌이 범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응보적 정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단순히 연령을 낮춰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정의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는 처벌의 강도가 범죄의 억제력을 보장한다는 단순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쟁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특히 이번 기자회견에서 주목할 점은 단체들이 제시한 ‘증거의 부재’에 대한 지적이다. 이들은 소년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엄벌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처벌 강화가 실제 범죄율 감소나 재범 방지로 이어진다는 과학적·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즉, 처벌이라는 단기적인 처방이 소년 범죄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낙인 효과를 통해 소년을 더 큰 범죄의 길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또한, 법적 논쟁의 영역을 넘어 생물학적·심리학적 관점에서의 접근도 이어졌다. 15개 단체는 ‘청소년 발달기 고려’를 핵심 논거로 내세웠다. 청소년기는 신체적 성장과 더불어 뇌의 전두엽 등 인지 및 조절 기능이 완성되지 않은 과도기적 단계에 있다. 이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성인과 동일한 수준의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인간의 발달 과정을 무시한 비과학적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법적 제도가 단순한 응보의 도구가 아니라, 청소년의 발달 단계에 맞춘 교화와 보호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갈등은 지역 사회로도 확산되어 시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혼란을 주고 있다. 특히 의정부와 경기북부 지역의 사례를 보면, 소년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학부모들의 목소리와 청소년의 교화 시스템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역 사회 내 일부 학부모들은 “현행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연령 하향을 지지하는 반면, 교육 관계자들과 인권 활동가들은 “처벌 위주의 환경이 구축될 경우 지역 사회 내 청소년 보호 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에 참여한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은 국제 기준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한국이 비준한 국제 협약과의 정합성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인권포럼 측도 “실효성 있는 재범 방지를 위해서는 처벌보다 지역사회 기반의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 확대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히 법령의 숫자를 1세 조정하는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범죄를 대하는 철학적 태도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달 말로 예정된 연령 조정 논의 마무리를 앞두고, 15개 단체가 제기한 논리적 근거와 시민들의 양가적인 감정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라는 거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만약 연령 하향이 강행될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에 대한 책임 역시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향후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정부와 대통령실이 시민사회단체의 서한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반대 논리를 정책 결정 과정에 얼마나 심도 있게 반영할 것인가이다. 촉법소년 연령 조정 논란은 우리 사회가 ‘응보적 정의’를 우선할 것인지, 아니면 ‘교화와 발달적 보호’를 우선할 것인지에 대한 거대한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 논쟁의 결과는 향후 대한민국 형사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김미래 기자 | 의정부포스트
참고: 소년법 (국가법령정보센터) · 국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