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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원 유치냐 산업재편이냐…전남광주 미래 가른 정책 격돌

2026년 4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특별시장 본경선 결선 투표를 단 하루 앞둔 시점에서 진행된 정책 토론회는 단순한 선거 캠페인을 넘어, 향후 통합특별시의 향방을 결정지을 거대한 담론의 장이 되었다. 이번 토론회는 민형배 후보와 김영록 후보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라는 거대한 정치·경제적 결합체 아래, 지역의 생존 전략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깊다. 양 후보는 통합이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내용을 채울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서는 극명한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먼저 민형배 후보는 정책의 기치를 ‘성장균형’과 ‘시민주권’으로 설정하며, 지역 간 불균형 해소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민 후보의 핵심 전략은 외부 자본의 강력한 유입을 통해 지역 경제의 엔진을 다시 가동하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이 결합된 융합 거점을 육성함으로써, 전남광주를 대한민국 남부권의 첨단 산업 허브로 탈으로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20조원 규모의 마중물 유치’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대규모 자본이 지역 내에 머물며 연쇄적인 경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민 후보의 구상은 강력한 경제적 토대 위에 시민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주권적 구조를 결합하여, 경제 성장과 민주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반면 김영록 후보는 ‘산업재편’과 ‘초광역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보다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법을 강조했다. 김 후보의 시각은 단순히 외부 자본을 끌어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노후화된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여 자생력을 갖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되어 있다. 그는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제조 기반을 반도체 생태계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산업 재편’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3+1 권역별 특화’ 전략이다. 이는 통합특별시 내의 각 권역이 가진 고유한 산업적 특성과 지리적 이점을 극대화하여, 특정 지역에만 쏠리지 않는 균형 잡힌 초광역 성장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김 후보의 전략은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내실 위주의 구조적 혁신’을 지향하며, 각 권역의 전문성을 높여 지역 전체의 산업 경쟁력을 상·중·하층 모두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양 후보의 격돌은 현재 전남광주가 처한 시대적 배경을 극명하게 반영하고 있다. 현재 전남과 광주 지역은 인구 감소, 청년층 유출, 주력 산업의 쇠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추진되는 ‘통합특별시’ 체제는 지역 생존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와 AI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함에 따라, 이들 첨단 산업을 어떻게 지역의 주력 산업으로 안착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민 후보의 ‘거점 중심 대규모 투자’ 방식과 김 후보의 ‘권역별 구조 재편’ 방식은 모두 이 거대한 산업 전환기라는 배경 속에서 나온 대응책들이다.

이번 정책 대결이 지역 사회와 시민들의 삶에 미칠 영향은 매우 막대하다. 만약 민 후보의 방식대로 대규모 자본 유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단기간에 대규모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 내 인프라가 급격히 확충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자본 유치 실패 시의 리스크와 특정 거점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면 김 후보의 방식이 채택될 경우, 지역 산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권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정교한 행정력이 요구된다. 이는 곧 지역 주민들의 주거 환경 변화, 소득 수준의 변화, 그리고 지역 내 경제적 부가 어떻게 재분배될 것인가를 결정짓는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나아가 이번 전남광주 특별시장 경선은 대한민국 전체의 지역 균형 발전 모델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특히 경기 북부나 의정부와 같이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균형 발전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다른 지역들에게도 이번 사례는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된다. 대규모 자본 투입을 통한 ‘낙수 효과’ 모델이 유효할 것인지, 아니면 권역별 특성화를 통한 ‘내생적 성장’ 모델이 더 적합할 것인지에 대한 실증적 사례를 전남광주의 결선 투표 결과가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타 지역의 시민들 역시 전남광주의 사례를 통해 자국의 산업 정책과 인프라 투자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참고 자료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다가오는 결선 투표는 단순한 후보 결정의 과정을 넘어, 전남광주라는 새로운 공동체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 투표가 될 것이다. 20조 원이라는 숫자가 상징하는 경제적 약속과 3+1 전략이 상징하는 구조적 치밀함 중 어느 쪽이 시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향후 발표될 투표 결과와 그에 따른 정책 실행의 실현 가능성, 그리고 실제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면밀한 추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제임스 기자 | 의정부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