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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의 수필] 물건이 팔리지 않던 밤

[박상훈의 수필] 물건이 팔리지 않던 밤
[박상훈의 수필] 물건이 팔리지 않던 밤

글 | 박상훈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노력이라는 말을 꽤 믿었다.

좋은 물건을 찾고, 설명을 잘 쓰고, 가격을 맞추고, 고객에게 성실하게 응대하면 언젠가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노력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밤에는 판매 페이지를 몇 번씩 다시 열어보았다. 오늘은 주문이 들어왔을까. 노출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 가격이 너무 높은가. 설명이 부족한가. 사진을 바꿔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같은 화면을 반복해서 보았다. 화면은 조용했고, 주문창도 조용했다. 그 조용함은 사람을 생각보다 깊게 지치게 한다.

처음에는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더 싸게 팔아야 하나, 더 자극적인 문구를 써야 하나,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나.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이기 시작한 것이 있었다. 물건 하나가 팔리기까지는 상품 자체보다 더 많은 조건이 필요했다. 환율, 배송비, 플랫폼의 노출 방식, 광고비, 경쟁자의 가격, 소비자의 검색 습관까지 모두 얽혀 있었다.

그때 나는 “구조”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이해하게 되었다. 구조는 책상 위에서만 쓰는 어려운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 판매 페이지가 보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길이었고, 같은 노력을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였다. 누군가는 잘해서 팔리고, 누군가는 못해서 못 판다고 말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물건이 팔리지 않던 밤, 나는 실패보다 먼저 조건을 보게 되었다. 무엇이 나를 밀어내고 있는가. 무엇이 먼저 보이게 하고, 무엇이 뒤로 밀리게 하는가. 나는 그 질문을 사업에서 배웠다. 그 질문은 이후 내가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에도 남았다.

우리는 종종 결과만 본다. 누가 성공했는지, 누가 실패했는지, 누가 버텼는지, 누가 포기했는지를 본다. 하지만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어떤 길이 열려 있었고, 어떤 길이 막혀 있었는지는 잘 보지 않는다. 나는 그 보이지 않는 길을 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 실패를 전부 세상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내 부족함도 있었고, 판단의 실수도 있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사람을 이해하려면 결과만 보면 안 된다. 결과 뒤에 있는 조건을 봐야 한다. 한 사람의 선택은 늘 그 사람이 처한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다.

그 밤 이후로 나는 판매량만 보지 않게 되었다. 화면 뒤에 있는 알고리즘을 생각했고, 가격 뒤에 있는 흐름을 생각했고, 한 사람의 하루 뒤에 있는 조건을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물건이 팔리지 않던 밤은 나에게 실패의 밤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기 시작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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