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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의 수필] 회의가 끝난 뒤에 남은 질문

[박상훈의 수필] 회의가 끝난 뒤에 남은 질문
[박상훈의 수필] 회의가 끝난 뒤에 남은 질문

글 | 박상훈


한때 나는 선거를 준비했다.

거창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지역에서 활동했고, 사람들을 만났고, 내가 가진 생각을 현실의 제도 안에서 시험해보고 싶었다. 책상 위에서만 사회를 말하는 것과 실제 정치의 절차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준비했고, 지역의 회의에도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이념이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그리고 절차였다.

정치는 늘 큰 말을 한다. 새로운 사회, 더 나은 미래, 시민의 권리, 공정한 기회 같은 말들이다. 나도 그런 말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말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운영 방식이다. 비전은 멀리 가 있는데, 절차는 낡아 있을 때 사람은 이상한 피로를 느낀다.

회의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우리는 정말 새로운 것을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말을 하면서도 낡은 방식으로 사람을 줄 세우고 있는가. 작은 조직 안에서도 권력은 생긴다. 소수정당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작기 때문에 더 적나라하게 보이는 욕망도 있었다.

나는 그 장면들 앞에서 화가 났다기보다 피곤했다. 그리고 조금 슬펐다. 큰 변화를 말하는 사람들이 정작 작은 절차에서는 왜 이렇게 불투명해지는가. 모두가 시민을 말하면서, 정작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는 왜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물론 정치에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자리에 갈 수는 없다. 모든 판단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다. 나 역시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과 과정을 납득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람은 떨어졌다는 사실보다,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알 수 없을 때 더 오래 상처를 받는다.

그 경험은 나에게 정치보다 더 넓은 질문을 남겼다. 좋은 비전은 좋은 시스템 없이 실행될 수 있는가. 새로운 사회를 말하는 사람이 자기 조직의 오래된 습관을 고치지 못한다면, 그 말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나는 이 질문을 특정한 사람에게만 던지고 싶지 않다. 나 자신에게도 던지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불투명한 사람이 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내가 작은 권한을 갖게 되었을 때, 그것을 설명 가능한 방식으로 쓸 수 있는가. 내가 비판했던 낡은 방식을 어느 순간 따라 하고 있지는 않은가.

회의가 끝난 뒤 남은 것은 탈락의 감정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오래 남은 것은 시스템에 대한 질문이었다. 정치는 거대한 구호로 시작할 수 있지만, 결국 작은 절차에서 증명된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 기준을 공개하고 지키는 방식. 그런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한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

나는 그 경험 이후 정치라는 말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쓰게 되었다. 그리고 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좋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람은 먼저 좋은 절차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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