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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의 수필] 부용천을 걸으며 본 의정부

[박상훈의 수필] 부용천을 걸으며 본 의정부
[박상훈의 수필] 부용천을 걸으며 본 의정부

글 | 박상훈


의정부에서 내가 자주 걷는 곳 중 하나는 부용천이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라기보다, 오히려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그곳을 걷는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 필요한 것을 사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 잠깐 바람을 쐬고 싶은 날이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길이 간다. 부용천은 거창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장소가 아니다. 하지만 오래 보면 도시의 표정이 그 안에 들어 있다.

물은 조용히 흐른다.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지나간다. 누군가는 운동복 차림으로 걷고,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 한참을 움직이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풍경이다. 그러나 자주 보면 그 평범함 안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송산역과 민락2지구, 탑석역과 의정부역 근처를 오가다 보면 의정부라는 도시는 한 가지 얼굴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곳은 새롭고 빠르게 변하고, 어떤 곳은 오래된 생활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있다. 새 건물과 낡은 간판, 빠른 교통과 느린 골목, 번화한 상가와 조용한 하천길이 함께 있다. 의정부는 그렇게 여러 속도가 겹쳐 있는 도시다.

나는 송산1동 주민자치회 환경분과에서 총무를 맡고 있다. 거창한 일을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활동을 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환경이라는 말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길가에 놓인 쓰레기 하나, 하천 옆에 남은 비닐 하나,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친 작은 불편 하나에서 시작된다.

예전에는 도시를 말할 때 큰 계획과 큰 정책부터 떠올렸다. 도로, 개발, 교통, 예산 같은 단어들이 먼저 생각났다. 물론 그런 것들은 중요하다. 그러나 부용천을 걷다 보면 도시를 이루는 것은 그보다 더 작은 장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버린 쓰레기를 누군가 치운다. 누군가 지나간 길을 또 다른 누군가가 걷는다. 누군가의 무심함이 누군가의 수고가 된다.

의정부는 내게 화려한 도시라기보다 생활의 도시다. 필요한 것을 사러 나가고, 병원에 다녀오고, 역을 지나고, 하천을 따라 걷는 일상이 쌓여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 도시를 말할 때 나는 쉽게 큰 말부터 꺼내고 싶지 않다. 먼저 걸어본 길, 자주 본 물빛, 익숙한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시작하고 싶다.

도시는 결국 사람의 습관으로 만들어진다. 어디를 걷는지, 무엇을 버리는지, 누구를 지나치는지, 어떤 불편을 못 본 척하는지. 그런 작고 반복적인 선택들이 도시의 표정을 만든다.

부용천을 걸으며 나는 의정부를 배운다. 이 도시는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계속 수정되는 밑그림 같다. 그리고 그 밑그림 위에 내 작은 문장 하나를 남기고 싶다. 내가 사는 도시를 조금 더 오래 바라보았다는 증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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